본문으로 바로가기

천오백자는 얼마나 긴걸까

category 독서모임 2021. 8. 15. 23:28

영화 내머리속의 지우개에서 정우성이 건축사시험을 보는 장면에서 감독관이 예술가는 백지앞에서 막막해진다 비슷한 대사를 한다. 난 예술가도 아닌데 하얀 화면 앞에서 뭘 써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한참이라고 하지만 한 십여분 고민했다. 일 끝나고 집에 가야하는데 자정까지 업로드 하는건줄 알고 사무실 컴퓨터에서 폼잡고 있다가 여섯시까지라는걸 알았다. 어차피 늦은거 천천히 해야지 했는데 자정까지만 지각이란다. 자정이 넘으면 지각도 아니게 되는 것. 잠깐 동안 여유를 부리다가 지각제출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또 서두르게 된다.

 

항상 그랬다. 학교다닐 때 과제는 마감기한 직전까지 미루다가 대충해서 내거나 아예 안내거나. 지금도 서류제출할 일이 있으면 날짜에 딱 맞춰서 내는게 보통이다. 전에는 다음엔 꼭 미리미리 해야지다짐하고 실패하는 걸 반복하는 나 스스로를 한심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이제는 별 생각이 없다. 뭔가 늦게 제출해서 일이 잘못되면 피해보는 건 나고 책임지는 건 나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준 피해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헛소리 같은 글을 쓰고 있는데 지금까지 553자를 썼다. 지금까지 쓴 분량의 두배 정도만 더 쓰면 된다. 이걸 보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이딴 걸 내 귀중한 시간을 들여가며 읽어야하나..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이 그런 생각을 안하시게 하려면 재미라도 있어야할텐데... 그냥 가볍게 읽으실 수 있게, 그리고 혹시 진지하게 공을 들여 작품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계신다면 이런 장난 같은 글을 보며 꼭 그러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시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게 문집으로도 만들어진다는데 나무에게 미안해집니다. 문집은 재활용종이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재활용얘기를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플라스틱 병뚜껑은 재활용이 안된다고 합니다. 저는 부피를 줄인다고 페트병을 구기고 병뚜껑을 닫아서 버리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버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조현병 증상에 대한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맥락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증상이었는데 살짝 걱정이 됩니다. 다음번엔 주제를 정해서 써야겠습니다. 아직 강의영상은 보지 않았는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강의를 들으면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좀 잡힐까요? 감이 잡혔는지 안잡혔는지는 다음 주에 확인 가능합니다.

 

여기까지 1150자쯤 되네요. 1500자는 a4용지 한페이지 정도되는 분량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 알게됐습니다.

 

내일은 광복절입니다. 빨간날에 쉬는 분들이 부러워집니다. 하지만 어쩌겠나요 제가 선택한 길인걸.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힘들지만 어쩌겠나요. 이것 또한 제가 선택한걸. 그래도 이렇게 주절주절 떠들 수 있다는게 좋습니다. 꼭 대화하는 느낌입니다. 요새 다들 뵙기가 힘든데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게 좋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엔 이제 코로나가 끝나는건가 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하며 자주 뵐 수 있었는데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아무리 온라인이 발달한다고 해도 온라인에서의 소통과 오프라인에서의 소통은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온기가 그리워집니다. 1500자 끝.